토론중

주민소환제, 공직자 비리 척결의 검 되기를

박수정 1 3503

주민소환제, 이렇게 다가가자


박 수 정(행정개혁시민연합 정책실장)


주민소환제의 도입, 의의와 역할

지방자치제 실시 12년을 맞은 올해, 5월 25일부터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주민투표제와 주민소송제에 이어 또 하나의 주민 직접 참여수단이 생겼다. 오랜 기간 기다린 만큼 전국 각지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의 소환준비 소식들이 줄을 잇고 있다. 민선4기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임기가 시작된 지 1년이 되는 오는 7월 1일, 실질적으로 주민소환이 가능한 날이다. 벌써부터 ‘지방자치의 독이냐, 약이냐?’ ‘양날의 칼이다’ 등등 제도에 대한 기대와 그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교차한다. 제도보완의 필요성 등에 대한 의견들도 분분하다.

그간 우리는 중앙집권적 가치와 이익의 배분구조에서 벗어나 지방자치제도의 발전을 위해 지역의 정치·행정가와 주민․언론 등이 함께 국정과 지역살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본 틀과 통로를 만들어왔다. 이와 함께 지역에 관심 두고 자율적으로 정치와 행정을 해나가려는 의식과 문화를 익히고 키워오기도 했다. 그러나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비리, 부조리, 선심성 정치 ․ 행정으로 분권과 참여라는 지방자치의 본바탕을 흐리기도 했다. 지방의회의 감독기능 상실, 지역주민들의 건전한 감시 네트워크의 미성숙, 시민참여의 기본적 기제 미흡, 표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남발과 난개발, 의미 없는 중복 지역축제 개최 등 예산낭비 사례도 허다했다. 소수 지배세력이나 토호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존의 타성이나 유혹에서 벗어나려는 지방정치 개혁과 지방정부 혁신 노력도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적 배경요인과 이유로 시민사회는 지방자치의 제도적 ‘틀’로서 직접 주민통제 방안인 주민소환제와 주민소송제를 도입하라는 주장을 거듭해왔고 참여정부 들어 상당 부분 그 결실을 보았다. 이로써,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책임성 ․ 대응성 ․ 투명성을 더욱 키우고 지역주민은 지방정부에 위임한 권한이 남용되는 일이 없게끔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기반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된 것이다.

주민소환제는 지역 주민들이 선출직 공직자인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임기 중에 주민투표에 의해 해임시킬 수 있는 제도이다. 특별시장 ․ 광역시장 ․ 도지사 등 광역자치단체장은 지역 유권자의 10%, 시장 ․ 군수 ․ 구청장 등 기초자치단체장은 15%, 지방의원은 20%의 서명을 받아 해임을 청구할 수 있다. 투표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여 과반수가 찬성하면 소환이 결정된다. 지방자치의 주권은 주민들에게 있으며, 그 본질은 정치적인 과정이므로 소환대상 사유는 제한하고 있지 않다. 선거행위와 마찬가지로 오직 주민들의 양식과 판단에 소환 여부에 관한 결정을 맡기는 것이다.


주민소환제에 대한 우려와 당면 실천과제

이러한 주민소환제에 대한 우려들은 그 기대 못지않게 많아 보인다. 우선, 주민소환이 너무 빈번하면 지방 정치와 지방행정에 혼란을 주고 잦은 재․보궐 선거로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는 등 여러 문제가 많다는 지적들이 있다. 또, 투표결과가 나올 때까지 소환대상자의 권한이 정지되어 지방행정의 공백이 우려된다는 우려도 있다. 혐오시설의 유치 기피 같은 지역 이기주의, 자치단체장들의 주민 눈치 보기 식 선심행정, 인기 영합주의 등이 팽배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현재 중앙의 정당이 기초자치단체장, 기초의회 의원 후보를 공천하는 정당공천제 하에서는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지방정치와 지방행정을 오히려 더 고사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도입된 주민소환제를 어찌 해야 할 것인가? 먼저, 관련 제도의 실질적인 개선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본다. 주민소환이 진행되면 해당 자치단체장의 업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단체장의 부재로 인한 행정공백이 염려되는 것과 관련하여, 부단체장인 권한대행의 범위와 역할에 대한 논란에 주목했으면 한다.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39조 2항에 ‘부단체장은 공익상 긴급을 요하는 경우 지시된 사무 외 처리할 수 있다’라는 규정이 있다. 기준이 모호하다. 사정이야 어찌됐든 모든 것을 최종결정해야 하는 부단체장에게도 상당한 짐을 지우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 사안의 유형이나 성격에 따라 법의 형태든 매뉴얼의 형태든 합의를 기반으로 한 정형화된 시스템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리하여 단체장이 공석일 때 행정마비와 혼란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가지 않게끔 대비해야 한다. 더 이상 단체장 한 사람의 부재로 지방행정 시스템 전체가 ‘개점휴업’ 상태로 빠져드는 일을 되풀이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사실 주민소환제의 남용을 막기 위해 이미 법에 여러 견제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소환시기도 제한하여 소환대상자의 임기 시작 후 1년 미만, 임기 종료 전 1년 미만일 경우에는, 소환을 청구할 수 없다. 한번 소환투표를 한 경우에는 투표일로부터 1년간은 청구할 수 없다. 소명대상자의 해명기회 또한 보장되어 있으며, 서면으로 제출한 소명요지는 공고하게 되어 있다. 공식적인 주민소환청구와 그에 따른 투표과정의 비용은 해당 지자체가 부담하지만 주민소환 투표운동을 위해 소환청구인이나 소환대상자 쪽에서 지출한 비용은 각자 부담해야 한다. 섣부르게 남발하지 않게끔 형식적 요건은 일단 갖춰진 듯하다.

다만 소환사유를 법에 명시하여 그 파행적 운영이나 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좀더 중지를 모았으면 한다. 이 주장은 법이 시행되자마자 개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차차 시일을 두고 사례를 쌓아 가면서 그 유형들을 축적 분류하고 각지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공론화를 통해 면밀하게 해야 할 작업이 아닌가 싶다. 섣불리 소환사유를 ‘열거’하거나 ‘예시’하게 되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게 잡거나 너무 대상범위를 좁게 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민소환제는 건전한 주민의식을 바탕으로 주민이 지방행정의 발전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직접 단체장과 의원들을 견제하는 장치로서 큰 의의가 있는 만큼, 오남용의 소지는 지금 이 시점에서 어느 정도 감수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한동안의 학습기간과 연습이 필요한 일이 아닐까 한다.

주민소환제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각종 주민자치운동과 지방행정 개혁운동과도 연계되어야 할 것이다. 주민감사청구, 주민소환, 주민소송 등은 어쨌든 사후 수단이다. 사전 예방장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지역사회의 발전, ‘공동선’ 실현, 시민사회의 공동책임성 제고 등에 좀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시민감사관제나 반부패 시민감시 활동, 옴부즈맨 활동 등과 연계하여 상승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활동을 펼쳐나가는 데도 주력해야 한다. 거기에 각종 통제장치, 의회, 주민, 행정(감사기구)이 서로 견제와 균형 속에 적절히 작동될 수 있도록, 민주성과 책임성과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 시민, 언론, 의회, 행정 같은 지역사회 각 부문이 제 몫을 다 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과제는 주민소환제도의 실효성 확보 문제이다. 실제로 효능감 있게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제도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주민소환 청구요건은 애초보다 너무 엄격하거나 강화되었다. 평일에 시행되는 재․보궐 선거의 투표율을 참조해 보아도(지난 4.25 재보궐 선거의 경우 투표율 25.1%), 주민소환에 필요한 지역유권자 10-20%의 서명과 3분의 1 투표율 규정은 그 시행에 실질적인 어려움이 따르게 되어 있다. 향후 요건을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2005년의 방폐장 유치 주민투표 사례에서 보듯, 엄정하고 중립적인 관리가 제도의 성패를 가른다. 정책에 대해 투표하는 게 아니라 자치단체장의 즉시 해임과 관련하여 투표하는 일인만큼 당사자들로서는 더욱더 사활이 달린 일이다. 불법 ․ 부정 ․ 관권 선거 개입의 여지를 사전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주민투표제 그리고 주민소송제가 실질적으로 잘 시행되고 활용될 수 있게끔 제도개선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위법 행위에 대하여 주민의 손해배상 소송을 보장하는 주민소송제는, 주로 지방자치단체 또는 지자체 공무원의 위법한 재정지출 행위를 예방ㆍ금지하고 지방자치단체 주민 전체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주민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공익 소송이란 점을 상기했으면 한다. 주민의 정치참여와 공공의 이익 옹호 나아가 사법적 통제의 의미를 지닌다. 주민투표제, 주민소송제, 주민소환제 등을 그 취지에 맞게 잘 운용하느냐 여부는 지역주민,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 지역 언론 등의 몫이다. 바로 지역 거버넌스의 민주성 수준과 시민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이다.

대선 ․ 총선 국면에 너무 휩쓸리는 제도운영이 되지 않게끔, 주민소환제를 생활자치와 주민자치의 방향성과 논리에 충실하게 운용하는 일도 중요한 실천과제로 남는다. 정치적 분위기와 정파적 승패논리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 시민사회단체도 주민들을 동원하고 여론을 선동한다거나 헛된 욕심에서 세력이나 힘을 과시하려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공직선거법의 재개정에 힘을 모아,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등에 대한 정당공천제의 폐지 같은 지방정치 제도의 개선에 진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생활정치와 지역행정이 민주적이고 효율적이며 투명하게 작동할 수 있는 지방분권의 건전한 기반을 마련하고 정치적 행정적 권위주의를 해소하는 데도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과 실천들이 병행될 때 비로소 주민소환제라는 제도적 장치가 어쩌다 한 번씩 화제가 되거나 그 부작용이 주로 부각되는 존재가 되지 않고, 우리 사회에 튼실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출처 : 뉴스한국 2007년 7월호 '사회는 지금: 주민소환제'

[이 게시물은 행개련님에 의해 2017-07-04 17:02:48 토론중 2에서 이동 됨]
1 Comments
양파사랑 2007.07.16 15:44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시민의 신문이 폐간(?)되고 박 실장님의 글을 대할 수 없어 내내 아쉬웠는데... 
종종 들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