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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호화청사의 혈세 낭비 방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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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호화청사의 혈세 낭비 방지책

이창원(행개련 정책협의회 공동의장, 한성대 교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위기 상태라는 것은 이제 공지의 사실이다. 지자체 재정자립도 전국 평균이 올해 52.2%에 지나지 않고, 30% 미만인 지자체가 246개 단체 중 152곳(62%)이나 되는 상황에서,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지방청사 건설 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1995년 이후 올 4월까지 새로 청사를 건립한 지자체 65곳 중 재정자립도가 50% 미만인 곳이 78.5%(51곳)나 되고, 20%도 안 되는 지자체가 18곳, 60% 이상인 지자체는 단지 4곳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자립은 못하면서도 일단 청사는 짓고 본다는 식이다.

물론, 재정자립도가 떨어진다고 해서 청사를 짓지 말라는 법은 없다. 청사에 대한 건설 수요가 크고 시급하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데 지자체들이 청사에 대한 건설 수요는 제대로 따졌는가. 아니다. 한 마디로 호화청사 건립에 급급해 주먹구구식 또는 묻지마식 수요 예측을 끼워 맞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강원 원주시의 경우 2016년 기준 청사 근무 인원을 현재보다 186% 늘어난 1228명으로 산정했다. 하지만 원주시의 최근 5년간 연평균 인구증가율은 1.64%에 불과하다. 충남도는 홍성·예산에 도청을 신축하면서 공무원 숫자가 8년 뒤에는 70%나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고, 1633억원의 호화청사로 비난을 받고 있는 성남시도 8년 후 근무 인원을 현원보다 70% 늘어나는 것으로 산정했다.

그러면 이러한 청사가 최소한 주민을 위한 시설 위주로 만들어졌는가. 인근 건물들을 압도하는 역피라미드형의 1500억원짜리 건물이 번쩍이는 통유리 외벽 등으로 치장돼 호화 청사 논란에 휩싸인 서울 용산구청 신청사가 주민 위주의 시설이라는 칭송은 듣지 못했다. 감사원이 조사한 21곳의 지자체 중 단체장 사무실에 접견실·회의실 등을 이어 붙이는 방법으로 행안부의 권고기준(조례표준안)보다 늘린 곳이 20곳이나 됐다. 또 성남시 신청사의 건설단가가 ㎡당 216만원인데, 이것은 부산시 동구청사 단가 121만원의 배 가까이 되는 등 2007년 이후 건설한 청사 12개의 건설단가가 지자체별로 제각각이라는 것도 문제다. 한 마디로 기준도 제대로 없다는 것이다.

지자체 재정위기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단체장의 대중영합주의와 겉만 번드르르한 과시·전시행정 행태다. 호화청사 건립도 그 중 대표적인 사례다. 행정안전부가 단체장들의 이러한 호화청사 건립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상 청사 면적 기준 규정과 지방재정법 시행령이 제시하고 있는 전문기관 타당성 조사 의뢰 규정뿐이다.

단체장들의 경쟁적인 호화청사 건립에 보다 실질적인 불이익이 가게 하려면 단체장들이 지방재정을 건전하게 만들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지방재정법시행령’에 따라 행안부 장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재정건전화계획 수립 절차를 의무화하는 한편, 그 추진 결과에 따라 역(逆)인센티브 또는 페널티를 주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지방재정 위기관리를 총체적으로 관장하는 법을 제정해 지자체의 재정위기 기준 설정, 재정위기 단계별로 지자체 예산의 편성 및 집행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의회의 감독을 의무화하는 방안, 재정건전화 계획의 수립 및 결과 공개 의무화 방안 등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이러한 법안에는 당연히 호화청사 건립 등으로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을 심각하게 악화시킨 단체장에게 주민소환 대상으로 명문화하는 방안도 넣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오렌지 카운티나 일본의 유바리시 같은 지자체 파산 사례가 대한민국에서는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처: 문화일보 2010년 12월 16일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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